2003. 02. 한문 원전 조선왕조실록 CD-ROM 간행 축사


표점본 《조선왕조실록》 CD-ROM 출간을 축하하며


김  현


  원전 조선왕조실록이 전산화되어 CD-ROM으로 출간된 것은 참으로 의미있는 일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은 조선 태조부터 철종까지 25대 472년간의 정사입니다. 500년에 가까운 긴 기간 동안 중단없이 기록된 단일 사료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류로 조선왕조실록은 1997년에 유네스코의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정해진 바 있습니다. 이 실록 자료는 곧 우리의 문화적인 역량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중요한 자료가 과거의 문화유산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자료로 이용될 수 있도록 재창조되었다는 데에 바로 원전 조선왕조실록 CD-ROM 간행의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전 조선왕실록 CD-ROM은 실록의 한문 텍스트를 그대로 수록한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구 하나 하나의 의미와 기능을 정확히 분석하여 부호화 하는 작업, 이른 바 표점(標點) 작업을 거침으로써 보다 지능적인 지식 자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수백년의 세월에 걸쳐 기록된 우리 선조들의 문화 유산이 현대의 정보 기술 환경에서 그 심원한 내용을 십분 드러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지난 8년간 원전 실록의 표점 업무를 수행해 오신 실록 CD-ROM 편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의해 얻어진 결실입니다.  이제 그 성과에 의해 우리의 자랑스러운 기록 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은 ‘과거의 기록’, ‘우리의 기록’의 벽을 넘어서서 현대적인 지식 정보 자원이자 동시에 국제적인 연구 자원으로 새롭게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지능적인 정보 분석 능력까지 갖춘 전자 텍스트로서의 원전 조선왕조실록은 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는 세계 각국의 모든 학자들에게 획기적인 연구 여건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바야흐로 한국학 연구의 세계화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근래에 여러 종류의 조선시대 원문 자료들이 전산화되고 있습니다만, 이 조선왕조실록은 실로 그러한 모든 자료들의 전산화를 가능하게 한 선행 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95년 원문 사료 전산화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와 함께 시작된 원전 조선왕조실록 전산화 작업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 8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었고 또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그것은 모두 『승정원일기』나 『일성록』과 같은 또다른 한문 자료들이 전산화될 수 있는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원전 조선왕조실록 CD-ROM 간행으로 우리 역사의 기본 사료인 조선왕조실록과 관련한 간행 사업은 일단락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CD-ROM의 발간을 계기로 한국사에 대한 연구가 보다 활성화되는 일만이 남았다고 하겠습니다. 끝으로 이 사업을 위해 노력하신 관계자 여러분, 특히 표점 작업과 CD-ROM 개발에 참여하신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